작가 노트

고려 불화를 재현함에 있어서

심계53 2016. 7. 19. 23:25

고려 불화를 재현함에 있어서

 

고려불화

 

불교는 고려의 국교였고, 왕실에서 일반 백성에 이르기까지 삶에 깊이 뿌리를 내렸다.

외적 침입 당시에 불교는 호국 불교의 역할을 하여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는 계기가 되었고 사찰 건립과 불화제작이 성행하는데 많은 영향을 미쳤다.

흥왕사(興王寺)와 안화사(安和寺)에 관한 문헌자료에서 볼 수 있듯이 고려시대에는 사찰의 장식에 벽화 형식의 불화를 많이 사용하였으나, 벽화는 사찰과 함께 수명을 다하여 현존하는 예가 드믈고 대부분 두루마리 형식의 불화로 전해지고 있어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이런 이유로 현재 남아있는 고려 불화는 당시 불화의 실제 모습을 전해주는 중요한 자료다.

현존하는 고려 불화는 도상별로 여래도, 보살도, 나한도 등으로 분류되고, 부처를 그린 그림은 비로자나불, 석가모니불, 약사불, 아미타불 등으로 그 주제가 다양하다.

현존하는 작품 중 가장 많은 수량을 차지하는 것은 아미타불도, 관세음보살도, 지장보살도를 중심으로 하는 정토계 불화인데, 그 주제는 현세의 복락, 고난으로 부터의 구제, 극락왕생 등 현실적인 기원을 담은 것으로 고려 후기 불교의 성격과 맥락을 같이 한다.

특히 아미타불이 홀로 혹은 보살들을 거느리고 다가와 죽음에 임한 사람을 극락으로 맞이하려는 듯한 내영도(來迎圖) 형식의 불화가 많이 남아 있는데 이는 극락왕생을  기원했던 당시 불교 신앙의 단면을 보여준다.

고려 불화는 기본적으로 통일신라이 불화 전통을 이어 받았지만, 고려의 활발한 대외 교류를 통해 중국 송(宋), 원(元)代의 불화 영향도 받았다.

고려 불화는 세계적으로 160여 점 현존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실제 제작되었던 수많은 고려 불화의 일부에 불과하지만 이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아미타불도, 수월관음도, 지장보살도 등을 보면 당시 성행했던 불교신앙을 엿볼 수 있다.

고려 불화의 섬세한 기법과 높은 완성도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종교예술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고려 불화 제작(재현) 동기

 

20여 년 전, 저는 아주 신기한 꿈을 꾸었습니다.

꿈속에서 저는 승복을 입은 스님이었고, 부처님을 알현하는 경연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모여든 많은 스님들을 보았습니다.

저는 그 경연대회가 어떠한 대회인지 궁금해 그 스님들을 따라 갔습니다.

저는 험준한 산과 깊은 강, 험한 늪, 사막 등을 지나 선두로 나아가 어느 높은 산꼭대기에 도착했고, 그 곳에서 황금 부처님이 미소를 머금은 채 앉아계신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 부처님이 손을 내밀어 제 손을 잡아 끌어 올려주셨는데, 그 손끝부터 서서히 황금으로 변하기 시작하여 온 몸이 황금이 되었고, 그 모습으로 부처님 옆에 않아 있다 꿈에서 깨어났습니다.

생각하면 할수록 그 꿈이 평범한 꿈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처님께서 내 손을 잡아주신데는 분명 특별한 의미가 있을텐데...'

동양화가인 제게 불화를 그리라는 부처님의 계시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고려 불화에 관한 자료를 구하기도 어려웠고, 어디서 부터 시작을 해야할지 몰라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언젠가는 꼭 불화를 그려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2010년 10월 12일~11월 21일, 새로 증축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고려불화대전이 열렸습니다.

이 전시회는 이명박 대통령 당시 'OECD'20개국 정상회의 개회식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게 된 것을 기념하는 전시회였습니다.

이 전시회를 위해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직접 일본으로 건너가 많은 고려 불화를 소장하고 있는 일본신사(日本神寺)의 주지들에게 부복읍소하고 엄청난 보험료를 지불하며 빌려와야만 했습니다.

우리 고려 불화를 강탈해간 일본에게 국립중앙박물관장이 부복읍소하며 빌려와야 한다는 것은 정말이지 너무나 억울하고 서러운 일이었습니다.

이렇게 힘들여 빌려온 불화들과 미국과 유럽 여러곳에서 온 보물 108점(고려 불화 61점 포함)이 전시되었고, 저는 설레는 맘으로 전시회를 관람했습니다.

어두운 조명 속에서도 그 아름다움과 섬세함이 빛나는 수월관음도, 아미타내영도 등을 보며 저는 감탄에 감탄을 거듭했습니다.

관세음보살의 자애로운 눈빛과 미소, 팔에 걸쳐져 발아래까지 흐르듯 내려오는 베일과 버드나무가지를 잡고 있는 유연한 손가락....

고려 불화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섬세하며 예술적 가치가 뛰어난 종료 예술작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뛰어난 예술작품이 아쉽게도 세계적으로 160여 점 만이 존재하고, 그 중 10여 점 만을 국내에서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안타까운 현실은 오래전 꾸었던 그 꿈이 제게 말하려는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깨닫게 하였습니다.

 

호국과 성불의 염원이 담겨진 우리 민족의 유산 고려 불화들을 제 건강이 허락할 때 재현해서 후세에 남길 수 있다면 부처님께서 제게 현몽한 보답이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800~1000여 년의 세월을 지내온 고려 불화들은 형태와 색감이 흐릿하고 손상된 부분들이 많아 재현하기 무척 힘들었습니다.

자료를 찾느라 청계천 여러 헌책방을 다녀야 했고, 인터넷을 이용해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하였습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처음에는 잘 보이지 않던 문양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어렵게 시작한 고려 불화의 연구는 2010년 겨울에 시작해 오늘까지 고려 불화14점을 재현하는 결과를 안겨주었습니다.

제게 여건이 주어진다면 독보적인 아름다움과 섬세함을 보여주는 고려 불화를 많이 재현하고 전시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고려 불화의 아름다움과 우수성을 알리는데 작은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2016년  7월  13일

                                                                                                                         김 종 선